1. 디지털 유산의 법적 공백과 입법적 필요성
디지털 유산은 개인이 생전에 온라인에 남기는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의미하며 SNS 계정, 이메일, 클라우드 스토리지, 가상자산 지갑, 온라인 게임 아이템 등이 모두 디지털 유산입니다. 현대인의 삶은 대부분 온라인에 기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행 민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은 이러한 디지털 자산의 상속 여부와 처리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유족이 고인의 디지털 자산에 접근하거나 상속받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의 체계적인 관리 및 계승을 위한 법적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 국회의 디지털 유산 관련 입법 시도
국회는 디지털 유산의 상속 및 관리를 위한 다양한 법안을 발의해 왔습니다. 2010년 박대해 의원 등이 제18대 국회에서 ‘디지털 유산법’을 발의한 이후 관련 법안들이 다수 발의되었습니다. 최근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사망 또는 실종 시, 유족의 요청에 따라 일정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 또는 게시물의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의 핵심 쟁점은 ‘유족의 요청이 고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건 설정’입니다. 예를 들어, 유족이 증명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사망자 본인이 생전에 데이터 비공개를 지정했는지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신영대 의원의 법안은 더 진일보한 형태로, 사망 전 생존자가 본인의 디지털 자산 처리 방식을 미리 지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입니다. 마치 의료에서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처럼, 개인이 ‘내 카카오톡 대화내용은 삭제’, ‘내 유튜브 수익 계정은 A에게 양도’ 등 구체적인 지침을 남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이 법안의 핵심은 ‘사전 지정의 법적 효력’을 명확히 하여, 유족 간 분쟁을 줄이고 플랫폼 운영자에게도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려는 데 있습니다.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디지털 자산도 물리적 자산처럼 상속 또는 지정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설계되었으며, 현행법상 미비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각 플랫폼의 데이터 보유 정책, 해외 서버 문제, 기술적 한계 등 복합적인 이슈들이 얽혀 있어, 법제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3. 디지털 유산 관련 해외 사례
디지털 유산의 상속 및 관리를 위한 법률 제정이 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5년 '디지털 자산 수탁자의 통일적 접근권한법(RUFADAA)'을 제정하여 사용자가 사망하거나 실종된 경우 수탁자가 디지털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프랑스는 2016년 '디지털 공화국법'을 제정하여 개인이 사망 후에도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2018년 소셜 미디어 서비스 계정에 대한 사용자 계약은 상속 가능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디지털 유산의 법적 보호 및 계승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4. 디지털 유산 관리 제도화의 향후 과제
디지털 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 및 기술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용자가 사망 전에 디지털 자산의 처리 방식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기술적 장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의 협력과 관련 법규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유족과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망자의 디지털 정보 보호 범위 및 정보 유형별 처리 방법 세분화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이제 국회,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디지털 유산 관리 및 보호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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