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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관리와 사후 데이터 보호

상속세는 냈는데 접근은 안 돼? – 디지털 자산 상속의 과세와 현실 괴리

by mindgrov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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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자산, 과세는 가능한데 상속은 어렵다?

가상화폐, 온라인 스트리밍 수익, 게임 내 유료 아이템, 블로그 광고 수입… 이제 상속 대상이 되는 자산은 현실 세계를 넘어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세청은 이러한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도 재산적 가치가 있다면 상속세 부과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실물은 없지만 돈으로 환산 가능하면 세금 대상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상속세는 부과되지만, 정작 유족은 해당 자산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유족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우고 있으며, 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상속세는 냈는데 접근은 안 돼? – 디지털 자산 상속의 과세와 현실 괴리


2. 사례 ① 가상화폐 지갑 – 비밀번호 없으면 못 찾는 유산

2021년, 서울에 거주하던 40대 남성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그가 생전에 투자해온 가상화폐는 1억 원이 넘는 가치로 불어 있었고, 상속인들은 이를 포함한 자산에 대해 상속세를 신고하고 납부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상화폐 지갑의 접근 암호를 알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별도의 백업도 없었고, 플랫폼도 탈중앙형이라 고객지원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자산 회수는 실패했지만, 상속세는 그대로 납부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특성상 접근권한이 없으면 사실상 영구 손실이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상속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손실을 감수하는 '가짜 상속'**이 되는 셈입니다.


3. 사례 ② 게임 아이템과 스트리밍 수익 – 과세 기준은 있는데 권리 인정은 미비

국내에서는 일부 고가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는 게임(예: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등)의 계정이 자산 가치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유료로 구매하거나 오랜 시간 투자해 형성한 아이템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로 거래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고인이 게임 내 희귀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해당 자산은 현금화 가능한 가치로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됩니다.
또한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광고 수익 역시 향후 발생할 수익을 포함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정 명의자가 사망할 경우, 플랫폼은 상속인에게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상속인은 자산의 가치로 세금은 납부하지만, 플랫폼의 약관이나 정책 때문에 자산을 회수할 방법이 없는 이율배반적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4. 법제도와 기술 사이의 괴리 –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이러한 괴리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법적 정의의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 현실 자산은 부동산, 현금, 주식 등 명확한 소유권과 등기 제도가 존재하지만,
  • 디지털 자산은 플랫폼의 약관에 따라 통제되며, 법적 상속 구조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디지털 자산은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특성 때문에, 법원이나 과세당국은 이를 자산으로 인정하면서도
계정 접근 권한이나 실제 사용 권한을 보장하지는 않는 모순적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글로벌 플랫폼은 ‘계정은 양도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계정 내 자산에 대한 상속 이전 절차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5. 이대로 괜찮은가? – 필요한 제도 개선 방향

현실과 법제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절실합니다:

  1.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 명확화
    – 계정과 자산을 구분하고, 자산 부분은 상속 가능하도록 법률적 정의 정비
  2. 플랫폼 사업자의 상속 협조 의무화
    – 일정 절차(사망증명, 유언장, 법원명령 등)를 거쳐 정당한 상속인에게 계정 일부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법률 제정
  3. 상속 전 자산관리 사전 설정 제도 도입
    – 고인이 생전에 디지털 자산의 처리 방식(삭제, 이전, 보존)을 지정할 수 있는 디지털 유언장 제도 도입
  4. 과세와 실질 소유권의 연계 강화
    – 상속세 부과 시, 실제 접근 가능성 여부를 고려하여 조정하거나, 접근불가 시 과세 유예 제도 도입 필요

이러한 제도 정비가 없다면, 디지털 자산 상속은 세금만 내고 실익은 없는 형식적 상속에 머무를 가능성이 큽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산, 보이지 않는 불공정

디지털 자산은 단지 새로운 자산 형태일 뿐 아니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변화의 상징입니다.
국가는 과세를 통해 디지털 자산을 재산으로 인정하면서도, 유족이 그 자산을 사용할 권리는 여전히 불분명한 채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유족은 상속세 납부자일 뿐 실제 소유권자는 되지 못하는 역설에 갇히게 됩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상속 제도의 정비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정의와 형평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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