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로벌 플랫폼의 딜레마: 개인정보 보호 vs 상속 권리
디지털 시대, 사망자의 데이터 처리 방식은 점점 더 복잡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셜미디어, 이메일, 클라우드에 저장된 수많은 정보는 고인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상속법, 계약법의 충돌 지점이기도 하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런 딜레마 속에서 국가별 법령을 준수하면서도 자사의 서비스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유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EU의 GDPR, 미국의 RUFADAA,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 등 주요 법령은 이들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2. 애플의 접근 방식 – 디지털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 제도
애플은 2021년 iOS 15.2부터 ‘디지털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 기능을 도입했다.
이는 사용자가 생전에 신뢰할 수 있는 가족 또는 친구를 지정하여 사망 후 자신의 iCloud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주요 특징:
- 연락처로 등록된 사용자는 사망 증명서와 애플에서 발급한 **액세스 키(access key)**를 함께 제출해야만 접근이 가능하다.
- 열람 가능한 정보는 사진, 메일, 메모, 캘린더, iCloud Drive 파일 등으로 제한되며, **암호화된 메시지(iMessage)나 라이선스 콘텐츠(구매 앱 등)**는 접근할 수 없다.
- 사용자의 Apple ID는 사망 후 자동으로 비활성화된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따라, 사망자의 명시적 사전 동의 없이 가족의 정보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이는 GDPR 및 미국 ECPA 등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3. 구글의 정책 –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구글은 애플보다 이른 2013년부터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된 사람에게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하거나 계정을 삭제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구성:
- 사용자는 계정이 ‘비활성 상태’로 간주될 기간(예: 3개월~18개월)을 설정한다.
- 지정된 연락처(최대 10명)에게 Gmail, Google Photos, 드라이브, 캘린더, 유튜브 기록 등을 공유할 수 있다.
- 사용자 사망 시를 대비한 설정으로 활용되며, 법적 상속 여부와는 무관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구글의 시스템은 미국 RUFADAA에서 요구하는 사용자 명시 동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이며, 미리 설정해 두지 않으면 유족은 계정에 접근할 수 없다.
4. 글로벌 기업의 법률 준수 전략: 공통적 대응 원칙
✅ ‘생전 동의’의 원칙
애플, 구글 모두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사용자의 **생전 동의(Consent while alive)**다.
이는 법적 상속 권리보다 개인의 정보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하는 국제적인 규범(GDPR 등)을 반영한 것으로, 유족의 요청보다 사용자 설정을 중시한다.
✅ 투명한 정책 공개
양사는 사망 시 계정 처리 방식, 데이터 열람 범위, 신청 절차 등을 명확히 공개하고 있으며, 고객센터에서 전담 부서를 통해 대응한다.
특히, 사망자의 계정 삭제 요청이나 사진 다운로드 요청이 들어오면, 필요한 법적 서류(사망진단서, 상속인 확인 문서 등)를 철저히 검토한 뒤 처리한다.
✅ 국가별 법제에 따른 유연한 적용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GDPR 제17조(잊힐 권리)**를 고려해 유족이 삭제를 요청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는 RUFADAA의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계정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외에도 정보통신망법 제30조(이용자의 권리 보호) 등을 반영해 사후 관리 정책을 점검하고 있다.
5. 향후 전망: 디지털 상속법과 기업 책임의 진화
디지털 유산이 일반화되면서, 글로벌 기업의 법적 책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럽은 디지털 유언장 제도를 논의하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도 행정 가이드라인 수립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 디지털 자산 통합 설계 기능 확대 (생전 설정, 암호 관리자 포함)
- 유족 인증 절차 자동화 (블록체인 기반 사망 확인 등)
- 국가 간 법률 충돌 조정 시스템 구축 (특히 글로벌 서비스의 경우)
또한 기업들은 상속 대상 자산과 비상속 자산을 명확히 구분하고, 법적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 자문단 및 법률팀 강화에 나서고 있다.
✅ 결론: 플랫폼도, 유족도 사전 설계가 해답
애플과 구글은 각국 법제에 충실히 따르면서도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망자 본인이 생전에 설정하지 않으면, 유족의 권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용자는 다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 주요 계정별 디지털 유산 설정 여부 확인
- 유언장 또는 별도 문서에 계정 처리 방향 명시
- 가족에게 설정 여부를 공유해 혼란 방지
디지털 유산도 이제는 생전 준비가 필수인 시대다. 기업은 정책을, 사용자는 결정을, 유족은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기술의 진화가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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