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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관리와 사후 데이터 보호

유럽의 GDPR과 ‘잊혀질 권리’, 사망자에게도 적용될까

by info-search-blog1 2025. 4. 13.

📘 1. GDPR과 ‘잊혀질 권리’란 무엇인가?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유럽연합(EU)이 2018년 5월부터 시행한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제도로 꼽힌다. 그 핵심에는 개인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있다. 이 중에서도 ‘잊혀질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잊혀질 권리’란 일정 조건 하에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온라인에서 삭제하거나 검색 결과에서 제거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는 정보 주체가 더 이상 해당 정보의 처리를 원하지 않거나, 정보가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않는 경우, 또는 동의를 철회했을 때 적용된다.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들은 EU 시민으로부터 이러한 요청을 받으면 이에 응답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의문이 생긴다. 그 권리는 사망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GDPR은 생존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유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망자의 정보 권리 또한 보호의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유럽의 GDPR과 '잊혀질 권리', 사망자에게도 적용될까

⚖️ 2. GDPR은 사망자에게 적용되지 않는가?

GDPR의 조문을 면밀히 살펴보면, 명시적으로 “이 규정은 사망자의 개인정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Recital 27). 이는 GDPR이 정보 주체, 즉 ‘살아 있는 자연인’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법적으로 사망자는 더 이상 ‘정보 주체’로 간주되지 않으며, 따라서 잊혀질 권리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유럽 각국은 GDPR의 원칙을 기반으로 자국 법률을 통해 사망자의 정보 보호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 프랑스는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 관리에 대해 별도의 민법 조항을 두고, 유족이 고인의 정보 삭제 또는 보존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독일은 유족이 사망자의 페이스북 계정을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판례(2018년 연방대법원 판결)가 있다.
  • 이탈리아스페인도 유사한 방향으로 사망자의 정보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는 유언장에 디지털 정보 처리를 포함하도록 권장한다.

즉, GDPR은 사망자에게 직접적인 효력을 갖지 않지만, 유럽 국가들은 각자의 법률 또는 해석을 통해 사망자의 정보에도 보호 원칙을 확장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 3. 유족의 권리와 법적 요청,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사망자의 정보가 온라인에 남아 있을 때, 유족은 그것을 삭제하거나 보존하는 요청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과정은 단순히 서비스 이용자 센터에 요청서를 넣는 것 이상의 절차가 요구된다.

유럽에서 유족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잊혀질 권리를 대리 행사할 수 있다:

  1. 사망자와의 관계 증명: 가족관계 증명서, 유언장 또는 법적 상속권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다.
  2. 사망 증명 제출: 사망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식 문서(예: 사망진단서).
  3. 요청 사유 명시: 삭제가 필요한 이유와 구체적인 URL, 내용, 날짜 등 명시해야 한다.
  4. 국가별 법 적용: 프랑스처럼 관련 법이 있는 국가는 이를 근거로 요청이 가능하며, 없는 국가는 기업 약관에 따라야 한다.

구글의 경우, EU 시민의 잊혀질 권리 요청 양식에서 사망자의 개인정보 삭제 요청도 가능하지만, 사망자 본인의 권리 행사와는 다르게 공익·표현의 자유 등과의 균형 판단을 고려해 거부되기도 한다.

이처럼 사망자에 대한 '잊혀질 권리'는 원칙적으로 보장되진 않지만, 유족의 법적 요청에 따라 제한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구조다. 이와 관련한 판례와 조항은 점점 늘고 있으며, 실제로 유족의 권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 4. ‘잊혀질 권리’의 미래, 사망자도 포함될 수 있을까?

디지털 정보는 사람이 사망한 후에도 인터넷상에 계속해서 남는다. 어떤 경우에는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과거의 과오가 왜곡되어 떠돌기도 한다. 또 악성 댓글이나 혐오 콘텐츠가 사망자의 이름으로 연결되는 경우, 가족은 큰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잊혀질 권리’의 확장이다.

현재는 국가별로 대응이 다르지만, EU 차원에서 사망자의 디지털 권리를 정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디지털 인격권’ 개념을 확장해 사망자도 일정 기간 동안 개인정보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성년자나 범죄 피해자의 경우에는 더욱 강력한 보호가 요구된다.

앞으로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고 볼 수 있다:

  • 사망자 전용 잊혀질 권리 제도 마련: 별도의 조항을 통해, 일정 조건 하에 유족이 공식 요청을 할 수 있는 법적 통로 마련.
  • 생전 설정 기능 강화: 구글, 페이스북처럼 생전에 계정 관리인 또는 삭제 여부를 설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
  • 공공성과 명예 보호의 균형 판단 기준 마련: 삭제 요청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공익과 사생활 보호를 조화롭게 다루는 가이드라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