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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관리와 사후 데이터 보호

SNS 계정 삭제 vs 보존, 유족의 선택과 법적 책임

by info-search-blog1 2025. 4. 13.

🧾 1. SNS 계정, 단순한 기록인가? 디지털 유산의 정체성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현 X), 틱톡 등 SNS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넘어, 개인의 삶과 감정, 관계, 사상,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디지털 자아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유산이라 하면 재산·문서·부동산 같은 물리적 자산을 의미했지만, 오늘날에는 SNS 계정 또한 고인의 존재를 상징하는 디지털 유산으로 여겨진다.

특히 SNS는 고인이 남긴 사진, 영상, 글, 댓글, 팔로우 목록까지 모두 고인의 생애 일부로 해석될 수 있다. 일부 가족은 이를 ‘기억의 공간’이라 여기고 보존을 원하며, 반대로 어떤 유족은 계정을 삭제하고 사생활 노출을 막거나 심리적 정리를 원하기도 한다.
즉, 삭제와 보존을 둘러싼 유족의 입장 차이는 단순한 감정이 아닌, 고인의 디지털 자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복합적인 결정이다.

문제는, 이 결정이 당사자가 생전에 의사를 남기지 않은 경우 대부분 유족의 판단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SNS 서비스마다 정책이 다르고, 법적으로 유족이 마음대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분쟁의 씨앗이 된다.

SNS 계정 삭제 vs 보존, 유족의 선택과 법적 책임

⚖️ 2. 계정 삭제 요구 vs 보존 요청, 유족 간 충돌과 법적 갈등

사망자의 SNS 계정을 두고 유족 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어 부모는 “고인의 계정을 지워 그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말하고, 배우자는 “사진과 글을 간직하고 싶다”며 보존을 원한다. 형제자매나 자녀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할 경우, SNS 플랫폼 측은 누구의 요구를 따를지 판단하기 어렵다.

더욱이, 현행 민법이나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SNS 계정의 처리 권한에 대한 규정이 없다. 유족의 대표가 누구인지, 그 결정에 법적 효력이 있는지, 고인의 명시적 의사가 없는 경우 누구의 판단이 우선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부재하다.
서비스 제공자 또한 계정의 삭제나 열람, 보존 요청에 대해 약관을 근거로 판단하지만, 약관은 법률이 아니며 이용자의 동의 여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실제 사례로, 2020년 서울에서 한 청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두고 유족이 보존을 요청했지만, 계정을 추모 모드로 전환해버린 플랫폼 측과 갈등이 벌어졌다. 플랫폼 측은 “사망이 확인되면 자동으로 추모 모드 전환”이라는 정책을 근거로 들었고, 유족은 사전 협의 없이 처리한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처럼 SNS 계정 삭제·보존은 단순 기술적 조치가 아닌, 감정·법률·정체성이 뒤얽힌 복합적 갈등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 3. SNS 플랫폼의 정책과 사후 처리 절차의 현실

현재 주요 SNS 플랫폼은 사망자의 계정 처리에 대해 각기 다른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 페이스북: 사망 사실이 확인되면 '추모 계정'으로 전환되며, 생전에 계정 관리인을 지정하지 않았다면 유족은 게시물 편집이나 삭제 권한이 없다.
  •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동일한 방식. 생전 설정이 없으면 추모 모드만 가능하며, 완전한 삭제는 유족의 별도 요청 필요.
  • 트위터(X): 사망자 계정의 삭제 요청은 가능하나, 그 과정에서 고인의 사망 증명 서류와 가족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열람은 불가.
  • 애플 iCloud / 구글 계정: 생전에 ‘디지털 유산 연락처(애플)’나 ‘사후 계정 관리자(구글)’를 등록한 경우에 한해, 지정된 사람만 접근 가능.

이처럼 각 플랫폼은 사생활 보호와 법적 위험 회피를 위해 제한적 접근만 허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SNS 계정의 보존 여부는 서비스 제공자의 약관, 사용자의 생전 설정, 유족의 신청 조건에 따라 달라지며, 법적인 접근 권한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기업의 판단에 맡겨진 상태다.

 

🧭 4. 유족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필요한 제도적 변화

SNS 계정 삭제 또는 보존 여부는 단순한 버튼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고인의 사생활과 명예, 남은 가족의 정서적 안정, 사회적 책임까지 포함된 복합적 결정이다. 유족이 함부로 계정을 열람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사후 인격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타인이 계정을 악용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유족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참고해야 한다:

  1. 고인의 생전 의사 확인 여부: 계정 설정, 유언장, 메모 등을 통해 의사 표시가 있었는지 확인.
  2. SNS 플랫폼의 정책 숙지: 각 서비스가 요구하는 서류와 절차를 정확히 파악.
  3. 가족 간 협의: 보존 또는 삭제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눠, 감정적 분쟁을 피함.
  4. 전문가 자문: 법적 분쟁 소지가 있을 경우 변호사, 공증인을 통한 정리 필요.

한편,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유산 법제화가 절실하다. 개인의 디지털 자산을 생전 관리하고, 사후에는 유족이 합법적으로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유럽처럼 디지털 상속 법안, 미국처럼 **접근권 보장 법률(RUFADAA)**과 같은 구조가 한국에도 마련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