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디지털 유산이란 무엇인가? 개념 정리부터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은 사용자가 생전에 생성하고 저장한 디지털 자산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이메일, 사진, 영상, 클라우드 파일, SNS 계정, 블로그, 가상화폐, 온라인 게임 아이템, 도메인 주소 등 인터넷 환경에서 생성된 거의 모든 형태의 콘텐츠와 데이터가 포함된다. 최근에는 NFT나 암호화폐와 같이 경제적 가치가 있는 디지털 자산도 널리 활용되며, 디지털 유산의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법체계에서는 이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법적 정의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로, 민법상 상속 대상이 되는 ‘재산’의 범주 안에 디지털 유산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이는 유족이 사망자의 디지털 정보를 상속하고자 할 때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이 상속 대상이 되려면, 그 자산이 법적으로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 2. 민법에서 말하는 ‘상속 대상 재산’의 범위는?
민법 제1005조에 따르면, “상속은 사망을 원인으로 하여 시작하며,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일체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재산에 관한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해석하는 데 있다. 전통적으로는 현금, 부동산, 예금, 주식, 채권, 물품 등 유형 또는 무형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산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디지털 유산 중 일부는 경제적 가치를 가지기도 하지만, 일부는 단순한 기록이나 개인적 추억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대화나 블로그 일기, 클라우드에 저장된 가족사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콘텐츠가 ‘재산’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법적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플랫폼의 이용약관이 이 데이터를 유족의 소유가 아닌, 사망자 개인에게 귀속된 ‘비양도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법적으로 상속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더라도 실제 서비스 제공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상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민법과 서비스 약관 사이의 법리 충돌을 발생시키는 지점이기도 하다.
📁 3. 가상자산, 콘텐츠, 계정: 무엇이 상속 가능한가?
디지털 유산을 보다 구체적으로 나누어보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경제적 가치가 명확한 디지털 자산이다. 대표적으로 가상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식앱 내 자산, 온라인 쇼핑 포인트, 페이머니, 게임 내 아이템 등이 있으며, 이는 명백히 상속 대상이 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고인의 비트코인 지갑을 유족이 상속하려고 법적 소송을 거친 사례가 있었다.
둘째는 콘텐츠 기반 디지털 유산이다. 블로그 글, 유튜브 수익, 전자책, 웹툰, 음악 파일, 저작권 등 창작물이 여기에 해당되며, 일정한 수익성이 있다면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유튜브나 페이스북의 경우, 수익 권한이 아닌 계정 자체가 ‘양도 불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콘텐츠는 상속 가능하지만 계정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셋째는 비경제적 디지털 자산이다. 이메일, 문자, 사진, 개인 메모, SNS 기록 등이다. 이러한 자산은 사적이고 감정적인 가치는 클 수 있으나, 법적으로 ‘경제적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은 민법 해석만으로는 상속 가능 여부가 불분명하며, 대부분 서비스 약관과 사후 설정 기능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유족이 원하는 형태로 접근하거나 상속받기 위해서는 생전에 사망자가 구체적인 조치를 해두었는지가 핵심이다.
🧭 4. 상속 가능한 디지털 유산을 위한 생전 준비 방법
현행 민법 체계로는 디지털 유산의 상속이 제한적이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방법은 개인이 생전에 디지털 유산을 정리해두는 것이다. 첫 번째는 주요 서비스의 ‘사후 계정 설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구글의 ‘사후 계정 관리자’, 애플의 ‘디지털 유산 연락처’ 등은 본인이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계정 일부 또는 전체를 넘길 수 있게 한다.
두 번째는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비공식 문서라도 유족에게 큰 도움이 되며, 주요 계정 목록, 로그인 정보, 가상자산 지갑 주소, 백업 정보 등을 명시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세 번째는 법률적으로 유효한 상속문서를 변호사와 함께 작성해 디지털 자산의 상속 대상 포함 여부를 명시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민사소송을 피하고, 유족 간의 갈등을 줄이는 예방책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도 ‘디지털 상속법’ 제정이 필요하며,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들도 있다. 그러나 입법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은 개인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유족에게 남기는 것이 최선이다. 디지털 유산도 물리적 자산처럼 유족의 삶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전 준비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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